2011년 2월 27일 일요일

본색160


한때는 내가 없어도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과 세상으로 인해 다소 서운하기도 했었지만, 지나고 보니 내가 없어도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들과 세상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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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색159


봄은 늘상 속으면서도 또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농부의 설렘과 함께 오고, 가을은 남는 것 없어도 감사할 줄 아는 허수아비춤만으로도 풍요로운 그들의 거룩함과 함께 간다. 그렇게 오고 가는 삶들이 있어 뭇 생명들은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가 보다. 삶이란 결국 이익이 남지 않는 장사일 수 밖에 없지만, 늘 발버둥치는 환상 속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속을 지혜로써 일찍 깨닫는다고 한들 죽지않고 살아있는 마당에 그런 거래를 중단할 수 있을 것인가. 오직 살아서 가능한 바른 행동만이 더 솔직한 깨달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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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색158


가려진 잎들이 문득 사라져 버리고, 감춰진 것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어느 순간에는 누군가의 심판도 결코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벌거벗은 채로달리 피할 방도도 없이 그 붉은 속과 마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부지불식 중이라도 서로가 쉽게 고백하지 못하는 가장 바라던 진실에 가까운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 할지라도 이젠 더이상 숨길 수 없으므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사실들을 가리고 있는 검은 잎들을 하나씩 지워가는 것, 그것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존재하게 하는 것이고, 또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하는 것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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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6일 일요일

본색157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경계하고 서둘러 깨우쳐야 할 일은 바로 자신의 무지일 것이다. 욕망과 집착의 어리석음이 모든 고통의 씨앗임을 아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 씨앗을 뿌리고 있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오히려 죄악에 가깝다. 그래서 모든 기도의 시작이 바로 참회일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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