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30일 토요일

본색139


'뒤집기'로 스트레스받는 것은 고구마뿐만이 아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듯이, 조용하던 사람도 뒤집으면 열받는다. 비록 필요에 따라 '돌려짓기'를 하더라도 제자리로 향하려는 것, 아마도 그것이 자성(自性)일지도 모르겠다. 제자리를 모른다는 것은 분명 고구마보다도 못하다는 것이리라.

Posted via email from 길 위의 바람

본색138


현명한 사람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대개 말을 하게 되면 그 즉시 그르치게 됨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오류의 위험을 두려워만하여 지나치게 침묵만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엇이 그르치는 것인지조차 무뎌지기 쉽상이다. 비록 오류임을 알면서도 가끔씩은 그때까지의 결론이나마 소리내야하는 이유는 무뎌진 날(刀)을 세우는 자신의 담금질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갈고 있는 대부분의 날(刀)들은 무엇보다 다름아닌 자신을 향해 있는 것들이어야 하리라.

Posted via email from 길 위의 바람

본색137


현실 생활의 주된 관심사는 두가지의 화두, 즉 공동의 상생(相生)이냐 개인의 생존(서바이벌, Survival)이냐의 문제를 떠날 수는 없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대형 유통업계가 그들만의 생존(?)을 위해 추진을 꺼려하는 기업형 슈퍼마켓인 슈퍼슈퍼마켓(SSM, Super Supermarket)의 규제를 위해 재래시장주변 반경 500m 이내에 기업형 슈퍼마켓 개설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주로 재래시장주변 이외의 지역에서는 가맹점 형식의 기업형 슈퍼마켓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이 표류하는 사이 대형 유통기업들은 기습 개점 등 박차를 가해 전국에 800개가 넘는 기업형 슈퍼마켓이 서둘러 들어섰다고 한다. 약삭빠른 서바이벌, 그 이후에도 기억해야 할 것은 "생존한 것들이 서바이벌한 그 자리는 분명 생존하지 못한 것들의 무덤 바로 그 위"라는 사실이다.  득의만면할 그 웃음들은 공동묘지 위에서 얼마나 찬란할 것인가?

Posted via email from 길 위의 바람

2010년 10월 24일 일요일

본색136


어느 날만 날(日)인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이 대부분 직각으로 부러지는 날(日)들이며, 어느 한 사람의 일생에서도 날카로운 역사가 아닌 순간은 별로 없다. 그러나 남겨질 기록들은 거의가 잘 다듬어진 곡선이거나, 이름도 흔적도 없는 그림자 뿐일 것이다. 누가 어둠의 축제 속에 부러진 직선의 반항들을 기억이나 할까마는, 그 모난 각(角)들이 이 시대의 은밀한 탄생들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의미있는 흐름이란 결코 불꽃처럼 요란한 것이 아니다.

Posted via email from 길 위의 바람

2010년 10월 22일 금요일

본색135


가장 강한 바람의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자연의 법칙(法則)이다. 그러나 뿌리 뽑히지 않고 건재하여 서 있는 것은 각자의 의지(意志)일 것이다. 땅을 떠나기 위해서는 다시 바람과 별들과 나비에 의지해야 하는 것은 완급을 조정할 수 있는 운명(運命)이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시간과 공간이 흐르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숙명(宿命)일지도 모르겠다.

Posted via email from 길 위의 바람

본색134


가능한 한 댓가를 적게 치르기 위해 고민하고 방황하지만, 결국엔 충분한 댓가를 치룬 결과들만 명백하다. 아직도 희미한 것들은 아마도 여전히 댓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기 때문 일 것이다.

Posted via email from 길 위의 바람

본색133


때로는 너무 가까워서 생긴 일일 수도 있고, 또 때로는 너무 멀리 있어서 벌어진 일일 수도 있다. 조작 가능한 범위 내의 거리에 있지 않는 일들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을 부르는 소리들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Posted via email from 길 위의 바람

2010년 10월 17일 일요일

본색132


누군가의 눈을 통해서 내가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 나를 통해서 세상에 닿아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인연(因緣)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Posted via email from 길 위의 바람

본색131


<인형의 집>을 나선 노라와, 그 이후의 행적을 궁금해 하는 이는 있을지 몰라도, 이전과 달라진 집에서 노라를 기다리는 믿음과 다시 집으로 돌아갈 용기와 희망이 노라에게 남아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오늘 아니면 내일, 노라가 돌아갈 집은 과연 어디있는 것인가? 그런 집은 처음부터 존재한 적이 없으며, 아예 지을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경계가 없다면 돌아갈 집이란 애초부터 있을 수 없는 것인가? 모두가 불태워야 할 굴레의 벽들인 것인가?

Posted via email from 길 위의 바람

2010년 10월 9일 토요일

본색130


그림의 떡(畵中之餠)조차도 내가 그린 그림이라면 그것을 먹지 못함에 누굴 탓하겠는가?

Posted via email from 길 위의 바람

본색129


인생은 파도타기와 같다. 아무리 높은 파고의 위세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포말로 변하고야 마는 숙명을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는 없다. 해변의 모래 위에서 스러져갈 때에도 땅속이나 하늘로 오르지 못한 운명은 다시 되풀이해서 파도를 타야 한다. 윤회의 업(業)처럼 고해의 바다에서 끊임없이 돌고 또 맴돌아야 한다. 유일하게 벗어나는 방법이란 오직 그러한 존재의 사실을 실상(實相) 그대로 인식하고 바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解脫)뿐일 것이리라. 비워낼수만 있다면 좀 더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더 높은 파도를 즐기며 탈 수도 있을 것이다. 바람따라 흔들리는 매일의 일상이 바로 수행의 시험 그 자체일 것이며, 해탈은 때가 되면 저절로 익어서 고개를 숙이는 기쁜 하심(下心)일 것이다. 오늘은 또 어떤 파도를 타야 할 것인가?

Posted via email from 길 위의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