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다른 차원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인간의 영역을 뛰어 넘는 부분이리라. 그것도 20년도 채 살지 않은 어린 나이로 두려움도, 물러섬도, 머뭇대는 일도 없이 오직 하나의 생각만으로 세상의 벽과 정면으로 맞부닥친 결과 그녀는 피겨요정에서 여왕으로, 여왕에서 황제로 등극하여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신(神)의 경지로 올랐다. 쉽게 무너지지 않을 불가사의한 업적, 당분간은 어느 누구도 가볍게 넘보지 못할 자신만의 제국일 것이다. 짧은 인터뷰기사 중에 지나온 시간동안 기쁨은 잠시였고, 매 순간이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이제는 꿈을 이루어 한 숨 돌릴 수 있는 길고 긴 여정이었다고 했다. 한가지 목표를 향해 일념(一念)으로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자신과의 엄밀한 약속이행, 욕망을 내려놓고 담대한 승부를 즐길 줄 아는, 진솔하고 빈틈없었던 성실한 삶의 결과물일 것이다. 연기(演技)가 아니라 이미 내면화된 일상의 호흡처럼 가볍고 자연스러운 비상(飛上)이었다. 꿈같고, 환상같고, 물거품같고, 그림자같은 세상의 본질을 이미 내려다 보고 있는 듯한 어떤 깨달음의 경지, 그녀는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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