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0일 화요일

본색128


눈(眼)이 두 개인 것은 하나가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하나로 보게 하거나 균형을 잡기 위함일 것이며, 귀(耳)가 두 개인 것도 하나로 듣지 못하는 것을 다른 하나로 듣게 하거나 역시 균형을 잡기 위함일 것이며, 코(鼻)가 두 개인 것도 마찬가지로 하나로 맡지 못하는 것을 다른 하나로 맡게 하거나 또한 균형을 잡기 위함일 것이다. 또한 사람의 팔다리가 각각 두 개인 것도 한쪽이 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한 쪽이 보완하거나 제대로 서 있게 하기 위한 균형을 위함일 것이다. '경제'라는 것이 추구하는 개인적 이익들을 조정하고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보편적 이익을 위한 '복지'라는 것이 뒤따라야 할 것이며, 보수와 진보라는 서로 다른 가치의 소통과 균형을 위해서 또한 '정치'라는 것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리라. 진정한 소통의 전제로는 자신의 감각기관 그대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몸으로 자신을 바라보려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이다. 사람이 한 몸과 한 생각을 바꾸는 것은 한 순간일수도 있고, 평생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한다. 몸과 생각을 바꾸기 전에는 진성(眞性)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그 고통의 과정을 아는 자 만이 비로소 운명(運命)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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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6일 금요일

본색127


한여름밤의 소낙비가 바람을 몰고 간 어느 새벽, 늘 오르던 등산로를 가로질러 큰 거목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혼자 치우기는 버거워 위로 뛰어 넘을까, 밑으로 기어 갈까를 망설이다 옆으로 샐 수 있는 틈을 발견하고서는 교묘하게 돌아서 갔다. 그런데 어느날 그 고목이 흔적도 없이 치워져 있다. 누군가가 뛰어 넘지도 못하고, 기어가지도 못하고, 돌아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치워준 것이리라.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한 나는 악(惡)에 불과한데, 다른 사람을 배려한 그 누군가는 분명 선(善)이다. 비록 자신의 한 몸 밖에 생각지 못하는 악(惡)한 나지만, 알게 모르게 선(善)한 이들의 보이지 않는 그늘 덕에 무사하다. 늘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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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5일 목요일

본색126


사람의 법(法)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은 자연의 법(法)에 따르면 되고, 자연의 법(法)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일들은 마음의 법(法)에 따르면 될 것이다. 마음의 법(法)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나아가 보다 많은 사람들의 공익을 위해 애쓰는 기준이리라. 마음의 법(法)이라는 것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은 것이므로 인위적으로 그 물길을 바꾸어서도 안되고, 한 자리에 가두어 두어서도 안된다. 마음의 법(法)을 머물게 하는 것은 그 자체가 폭력이다.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는 것, 바로 정의(正義)로운 바다로 가는 길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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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4일 수요일

본색125


선악(善惡)의 기준은 정의(正義)의 기준만큼이나 정의(定意)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정의(定意)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런지도 모르겠다. 기독교에서는 '문으로 들어오지 않는 자는 다 도적'이라고 하고 있으며, 불교에서는 '자신을 위하는 마음을 악'이라고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선(善)이란 일단은 '다른 사람을 위하는 문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으로 들어간다'는 말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라는 말일 것이며, 결국은 자신의 이해를 따지는 분별을 버리고 '오직 베푸는 마음으로 나아갈 뿐'임을 말하는 것이리라. 오늘 나아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방향들이 문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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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3일 화요일

본색124


마음이 머무르면 병이 된다. 머무르지 않기 위해 늘 깨어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시도 편치 않다. 미친 세상에서는 미치지 않은 사람들이 자주 미친 사람으로 취급을 당하므로, 올바른 정신들은 늘 우울할 확률이 높다. 치료받아야 할 사람들은 어쩌면 이런 세상에서 전혀 우울해하지 않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한 생각을 털고 지우며 오직 나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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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일 일요일

본색123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정리정돈이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이다. 정돈되어 있지 않은 몸과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는 주위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할 수가 없다. 제자리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 혼돈을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그런 작은 준비만으로도 길 위에서 길을 찾는 낭비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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