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2일 월요일

연습7

세상의 현상들이 모두 때가 있듯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람과 일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의 시작도 그 때가 있으며, 또한 인연의 끝도 분명 그 때가 있다. 그 때라는 것은 마치 아궁이의 군불과 같아서 처음에는 서로가 낯선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살며시 짚에서 옮겨 붙기를 망설이다가, 조금 익숙해지면 희미하게 연기를 피우면서 교묘히 실체를 감추기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불꽃이 되어 피어오르기를 기다리기도 하다가, 기대하던대로 막상 불이 잘 붙으면 아무 생각도 없이 온몸으로 붉게 타오르거나, 반쯤의 염려로 머뭇거리기도 하다가, 아예 처음부터 옮겨 붙기에 실패하면 끈질기게 다음을 기약하든지 아니면 뒤돌아보지도 않고 아궁이를 갈아치우기도 하다가, 마침내 힘에 부쳐 조용히 스러지고 말듯이 인연도 예의 그런 주기가 있는 듯하다. 불꺼진 아궁이의 온기 속에서 잘 익은 밤고구마의 흰 속살에 대한 기대처럼 어둠을 지켜가면서 끈질기게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는 그런 그리운 인연에 대한 기억 하나가 남아 있는 수 많은 겨울밤을 온전히 버틸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될 수도 있을 것인데, 아쉽게도 지금은 그런 인연도 드물고, 그런 인내는 더더욱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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