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9일 토요일

본색129


인생은 파도타기와 같다. 아무리 높은 파고의 위세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포말로 변하고야 마는 숙명을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는 없다. 해변의 모래 위에서 스러져갈 때에도 땅속이나 하늘로 오르지 못한 운명은 다시 되풀이해서 파도를 타야 한다. 윤회의 업(業)처럼 고해의 바다에서 끊임없이 돌고 또 맴돌아야 한다. 유일하게 벗어나는 방법이란 오직 그러한 존재의 사실을 실상(實相) 그대로 인식하고 바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解脫)뿐일 것이리라. 비워낼수만 있다면 좀 더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더 높은 파도를 즐기며 탈 수도 있을 것이다. 바람따라 흔들리는 매일의 일상이 바로 수행의 시험 그 자체일 것이며, 해탈은 때가 되면 저절로 익어서 고개를 숙이는 기쁜 하심(下心)일 것이다. 오늘은 또 어떤 파도를 타야 할 것인가?

Posted via email from 길 위의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