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5일 월요일

연습36

마침내 천안함 침몰현장에서 실종 장병의 시신 한구가 수습되자 기나긴 오열과 긴장 속에 실종자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었던 탓인지 추가적인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며 실종자 수색작업의 중단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사고현장은 침몰함정의 선체인양작업으로 방향을 바꾸어 민관합동으로 조속한 진행을 위하여 힘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구조작업을 돕기 위하여 현장에 출동한 미군들은 그들의 안전수칙을 핑계로 제대로 도움이 되질 못하였고, 뒤늦은 군의 무리한 작업 탓으로 안타까운 희생만 키운 감이 없질 않다. MBC의 보도에 의하면 비공식적으로 입수한 일지상 상황발생시간은 3월 26일 밤 9시15분경이고, 해경의 상황접수시간은 9시16분경, 초병의 폭음청취시간도 동일한 9시16분경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여러 증거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음에도 군은 최초 9시45분, 최후 9시22분으로 여전히 7분이라는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솔직하고 신속한 초동대응이 있었더라면 희생을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며, 사전 안전점검과 위기대응 소통만이라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더라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UDT의 전설이라는 모범적이고 책임감있는 훌륭한 고(故) 한주호 준위와 같은 군인들이 그 공백을 메우려 하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역부족으로 그 조차 잃어버리는 안타까움을 더하고 말았다. 뒤늦게나마 군관민이 그의 예우에 가능한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미약하지만 유가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현재까지 고(故) 한주호 준위를 제외한 45명의 실종자와 최근 수습된 고(故) 남기훈 상사 외에도 결코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희생자들이 있다. 바로 생업을 뒤로하고 실종 장병들의 수색작업에 자발적으로 동참하여 귀환하다 불의의 충돌사고로 침몰되어, 사망으로 확인되고 있는 제98금양호 선원들이다. 시신으로 최초로 발견된 고(故) 김종평 선원의 빈소가 마련된 인천 학익동 송도가족사랑병원에는 상주도 없이 빈약한 조문객과 함께 그의 동거인만이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천안함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더 정확하게 따져보아야 할 점들이 많고 그 안타까움이야 이루 말로 다하기 어렵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군인들은 그들의 본분이었고, 선원들은 그들의 의무와 상관없는 자발적인 희생이었다. 의로운 희생의 댓가들을 금전으로 평가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점이 있고, 실종자들의 가족들도 모든 실종자들이 최종적으로 귀환할 때까지 일체의 협의를 미루고 있는 입장이긴 하지만, 해경에서 보내온 화환 하나만이 덩그러니 지키고 선 선원들의 넋들을 위로하는 마음조차 소홀해서는 안될 것 같다. 그 분들의 명복을 빈다. 위대한 장병과 국민, 그리고 아쉬운대로 장비들은 갖춰져 있지만, 그에 어울리는 위대한 관료와 국가, 그리고 시스템은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 듯 하다. 아직도 남아있는 7분의 공백만큼 대다수 국민은 여전히 위험하다.

Posted via email from 동행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