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3일 화요일

연습41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는 주한 외교사절들이 한국을 떠날 때 본국으로 가지고 가고 싶은 것 중 하나로 빠지지 않고 자주 거론되는 것이고, 미국 보건부장관이 전국민건강보험을 현실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경험을 직접 듣고 싶어할 정도로 오바마정부의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보장성의 확대와 지불제도의 개선을 통한 재정안정화문제 등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는 하지만 가장 저렴한 보험료로 최고의 의료접근도를 자랑함으로써 어느 국가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 성취 중의 하나임에도 최근의 의료법개정안이 의료민영화의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위협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미국 오바마정부는 전 국민의 의료보험가입추진을 목표로 의료기관에 대한 공적규제를 강화하면서 공적보험을 추가・신설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반면에, 이미 오랜 기간동안 이를 준비하면서 댓가를 치른 진통 끝에 겨우 실현하고 있는 우리 제도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까지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1963년 의료보험법에 의하여 임의적용으로 시행되었고, 1976년 의료보험법의 전면개정으로 1977년부터 강제적용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으며, 1988년 농어촌지역의료보험, 1989년 도시자영업자 확대실시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당연지정제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어 의료보험민영화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것 아닌가하는 호의적인 입장도 있지만, 원격의료의 허용, 병원경영지원사업을 포함한 의료법인 부대사업범위의 확대, 의료법인 합병허용 등의 내용은 결코 가벼워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형식으로든 의료법인의 이익분배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비의료법인의 직간접적 경영참가를 제한하고 있는 현재의 사회보험으로서의 공공성구도를 실질적으로 이익분배와 간접적 경영참가가 가능한 영리산업의 효율성구도로 전환하려는 시도자체가 지극히 자본의존적이어서 소규모 병의원종사자들의 생존권과 국민의 생명권, 건강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위해서 보다 효율적인 제도로 보완・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은 있겠지만, 인간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대상으로 한 의료분야에서 산업적 측면의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기보다는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성과로서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의 최소한의 단계적 개선에 그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의 탐욕은 늘 둑의 틈새를 노리고 있으므로 바늘구멍이라도 생기게 되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규제완화가 결코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으며, 건강보험과 같은 공적영역에서는 오히려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는 측면에서의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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