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6일 화요일

연습37

천안함사건의 방향이 실종자수색에서 침몰함의 선체 인양작업 쪽으로 선회한 후 민관합동으로 인양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사고 원인해명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군의 지원까지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만의 하나 침몰원인이 제3세력의 의도적인 수중공격에 의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를 대비한 국제적인 파장을 우려한 사전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인양작업 도중 선체의 절단면은 이를 공개할 경우 언론의 억측과 의혹이 보도되는 것을 막고, 희생자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비공개로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혹을 키운 것은 언론보도라기 보다는 오히려 시종일관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는 군의 대응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불확실성과 혼란은 확실한 사실적 자료들이 제시되지 않음으로써 점점 더 커져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희생자에 대한 예우차원이라면 희생자 수습을 끝낸 후 객관성이 확보되는 공정한 민관전문조사단의 입회하에 공개적으로 검증하면 족할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커지는 의혹을 줄이면서 보다 정확한 해명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만약 일부의 세력들이 자신들이 의도하는 쪽으로의 결론도출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어떤 시도를 한다면 일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더군다나 실종자 가족들의 거듭된 요구에도 여태 생존자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교신기록이나 항해일지 등 당시의 정황을 증명할 자료의 공개요구에도 군은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나아가 사고 당시 충격으로 단전된 상태에서는 격실환풍기가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져 이미 침수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즉각적인 조치없이 뒤늦은 늑장대응과 강요된 무리한 수색으로 희생을 키운 사실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만다. 선의의 구조작업 도중에 발생한 불상사들이야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손 치더라도, 미숙한 판단으로 악의적으로 왜곡되거나 숨겨지는 진실들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살아남은 58명의 장병들과 관련 초병들의 입이 언제까지 굳게 닫혀 있을런지 몰라도, 머지않아 그들은 실종된 전우들의 고귀하고 장렬했던 마지막 순간을 어떤 형식으로든 역사에 증언하리라고 믿는다. 살아남은 것은 결코 죄가 아니더라도 침묵하고 있는 것은 죄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군사기밀이란 기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어야 하며, 아무리 상관의 명령이라고 하더라도 위법한 명령에는 군인으로서도 복종할 의무가 없고, 진실을 말할 수 있었음에도 말하지 않은 책임에 대한 비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잔인한 봄날은 계속되고 있다.

Posted via email from 동행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