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란 그 자체로서 '싸움'이다. 과거와 현재의 갈등이든, 현재와 미래의 대립이든, 자연과 인간의 부조화든, 인간과 인간의 항쟁이든, 문명과 문명의 충돌이든, 집단적 계급투쟁이든, 개인적 아(我)와 비아(非我)와의 투쟁이든, 분명한 것은 예외없이 '싸움'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싸움의 '승패'라는 것은 한정된 조건하에서 제한적 개념으로 존재하는 것들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시기라든가, 어떤 성과를 전제하고서야 비로소 성립가능한 것이리라. 결국 소멸하지 않는 것은 없으므로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이 본질이겠지만, 그러한 진실을 사람들은 현실의 삶을 핑계로 쉽게 외면하든지, 무시하곤 한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현상들에 급급해하며 승리에 쉽게 취하든가, 패배에 크게 좌절한다. 그러나 운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투쟁일지라도 마냥 짧은 승리에 취하기 위해 부질없는 싸움들을 예비하는 낭비들과 무모한 희생들은 없는지 모르겠다. 무조건 이기기 위한 싸움이기 보다는 수많은 존재와 다양한 가치들이 어처구니 없이 공격당하는 만행만은 제어하는 것이 양심인(良心人)과 문화국가(文化國家)에 어울리는 최소한의 격(格)이 아닐까 싶다. 그 최소한마저도 때로는 버거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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