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대한 존귀함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의없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존귀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에 있어서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최근 사회에서 문제가 되어 대법원의 판결까지 끌어낸 연명치료의 문제에 있어서도 이를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있을 것이며, 낙태의 문제에 있어서도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이를 반대하는 입장과 여성의 선택권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찬성하는 입장이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두 번에 걸쳐 합헌으로 결정한 형벌로서의 사형제에 대해서도 재판관들의 견해와 마찬가지로 찬반의 입장이 서로 나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념적 가치에서 진보와 보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다. 주로 보수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연명치료와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낙태에 대해서는 반대하며, 진보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낙태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연명치료와 사형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 많을 수 있을 것이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은 또한 아닐 것이다. 어느 것이 정의(正義)이고, 어느 것이 정의(正義)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엄격한 조건하에 연명치료의 중단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을 해나가고 있는 것, 낙태에 대해서는 모자보건법상의 허용조건 외의 낙태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사회적 법감정에 따라 단속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 사형제에 대해서는 재판관 2명의 위헌의견이 4명의 위헌의견으로 늘어났으며, 또한 다수의 의견이 구체적인 집행에서는 신중을 기하라고 조언하고 있는 것 등이 오늘의 정의(正義)에 가까운 결론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연명치료와 사형제는 반대하고, 낙태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이런 본질적인 내용이 아닌 방법론적 선택사항에 대한 생각들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그래도 어떤 조건에서든 바꿀 수 없고, 타협할 수 없는 사항은 인간의 생명은 차별없이 존엄하고 가치있는 것이라는 절대적인 가치와 관련된 내용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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