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9일 월요일

연습32

한해 4조원이 넘는 국가연구개발예산을 배분하는 지식경제부 산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연구개발전략기획단’ 단장으로 지식경제부장관과 공동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사장(반도체총괄 겸 메모리사업부장)이 내정된 모양이다. 메모리반도체의 용량을 매년 2배씩 증가시킨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 단장의 발탁은 국가전략의 비전이 앞으로도 여전히 ‘속도전’과 ‘양(量)의 법칙’에 맞춰진 느낌이다. 또한 20세기 미국 정치사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오늘의 세계적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은 자본가 록펠러(석유사업)와 JP모건(금융업) 등 가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특정 가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치적 구도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삼성전자 전 회장이 겉으로는 삼성의 위기를 일갈하며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귀할 만큼, 아이폰의 도입으로 초래된 새로운 사회의 주도권에 대한 위협은 이미 현실이 되어 있다. ‘양(量)’의 측면에서는 그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질(質)’의 측면에 있다. ‘삶의 질(質)’도 문제이긴 하지만, 우선 급한대로 ‘산업의 질(質)’부터 따져 보아야 할 때다. 어떤 형식으로든 현상을 존재하게 하는 데는 형식과 내용이 상호 불가분적 연관으로 둘 다 필수적인 요소이긴 하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가 제조업 중심의 형식이 내용을 결정하는데 주도적인 영향력을 형성해 왔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분명 정보중심의 내용이 형식을 이끌어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는 데 대해서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양(量)의 법칙’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과거의 향수에 마냥 젖어 있을 것이 아니라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결정하는, 비록 느리게 보일지라도 창조적이고 독자적인 ‘질(質)의 법칙’을 찾아 나설 때가 아닌가 한다. 아이폰의 도입이 몰고 온 새로운 사회에 대한 신호는 결코 형식적인 변화만으로는 쉽게 담아낼 수 없을 것이며, 의식의 혁명까지 필요할 정도의 거대한 위협이 아닌가 싶다. ‘가두리양식’에 익숙해진 ‘가두리사회’의 울타리를 과감하게 쳐 내고, 자유로운 사고와 공정한 경쟁의 바다로 나아갈 때만이 희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황의 법칙'이 새로운 ‘질(質)의 법칙’으로서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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