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국총리가 한국의 한 기업으로부터 요청을 받고, 이 업체의 사업추진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사고를 가진 자들의 예견된 행보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장관급 이상 관료들의 퇴직 후 일정기간동안의 활동을 의무적으로 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이를 통해 ‘전관예우’ 등으로 공정한 사회질서를 흐리게 할 위험을 내부적으로 감시하며 애초에 차단하고자 하는 그들의 제도이다. ‘사업적 임용에 관한 권고위원회’는 정부 산하의 위원회로서 2년 동안 민간사업관련활동을 보고하도록 되어 있으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두 차례에 걸쳐 관련사실의 공개에 대해 유예를 요청하여 비공개로 유지되다가 최근 보고서에서 위원회가 공개결정을 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된 모양이다. 우리의 경우도 현직 고위공무원에 대하여는 재산등록 등의 제도를 통하여 감시, 감독을 하고는 있지만, 재산등록에 국한되어 있고 대상자 등의 점에서 한정적이어서 미비한 실정이며, 퇴직 후의 활동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거의 자유로운 상태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런 부분까지도 자유로운 ‘시장질서’ 운운하며 계속 규제의 손을 놓고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법조계 ‘전관예우’의 문제도 관련 법률이 국회에 몇차례 상정되었지만, 이해집단의 압력 등으로 흐지부지되고 있는 실정으로 알고 있으며, 지금 한참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부개혁의 문제에 대하여도 입법부와 사법부가 서로 목청을 높이고는 있지만,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술수들만 난무할 뿐, 정작 스스로 피와 살을 도려내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진정한 개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를 불문하고 ‘전관예우’의 문제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개인들의 현실이긴 하지만,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몫 아니겠는가. ‘공정한 출발’이 ‘실질적 평등’이며, 다수 국민의 ‘후생증대’에도 기여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들을 뻔히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는다는 것은 공직자로서의 직무유기이며 국민통합에도 장애를 초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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