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해 온 건강보험법안 수정안을 미국 하원에서 전격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수세에 몰린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며 다시 위대한 승리자가 되었다. 이 건강보험법안은 지난해 12월 상원이 통과시킨 법안을 받아 일부 내용을 바꾼 수정안으로서 새로이 3,200만 명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해 최종적으로 전 미국인의 95%가 수혜자가 되도록 목표를 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상원에서 통과한 원안은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법적인 효력이 발생될 예정이고, 수정안은 상원의 표결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정안에 대한 상원의 표결은 과반수만으로 통과되는 ‘조정’방식으로 표결이 이뤄지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미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상원구도를 감안하면 통과는 거의 확정적이라고 한다. 수정안의 경우 이처럼 건강보험적용 범위를 대폭 늘림으로써 미국이라는 거대한 자본주의 시장질서의 판에 사회적 배려의 폭을 확대한 것으로서 더욱 의미가 크다. 그러나 과반수에 단 3표차로 통과가 되었고, 여전히 민주당내의 반대의견이 있으며, 공화당의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은 변함이 없어 ‘위험한 승리’로 표현하며 애써 정치적 승리라고 하기에는 유보적인 입장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1965년 메디케어 도입 이후 45년만에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혁명적 조치’라는 평가를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대세인 듯 하다. 오늘이 있기까지 오바마는 그동안 사회주의자라는 비난까지 받으면서도 끝까지 반대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자신의 조국 미국의 장래를 염려하는 진심으로 자신의 민주적 상식에 기초하여 전력을 다한 끝에 진정어린 감동으로 반대의견을 돌려 놓으면서 담대한 희망의 서곡을 울린 것이다. 같은 민주당내의 반대론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그의 지난 1년간의 노력을 살펴보면 진정으로 소통하는 정치의 실천과 철학이 어떤 것이라는 분명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수천 번의 국민참여토론회와 수백 번의 방송토론회 등을 통한 설득작업, 특히 지난 일주일 간은 전용기 에어포스원까지 동원하여 직접 백악관으로 초대하여 면담하거나 전화 통화로 끈질기게 찬성을 독려한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결과였던 것이다. 그는 틈만 나면 우리의 교육제도를 치켜세우며 본받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아마도 단시간승부에 강한 한 측면만을 강조하여 평가한 것으로서, 미국사회의 위기를 단번에 극복하기 위한 조급증을 표현한 것 이상의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절차를 존중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소통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느리지만 상식에 기초한 그의 일관된 실천과 철학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여기나 거기나 정치의 본질적 속성이야 큰 차이가 있으랴마는, 그의 말대로 위대한 ‘상식의 승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Posted via email from 동행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