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2일 금요일

연습23

정치적 생활영역에 있어서 가치설정의 좌표로 자주 거론되는 좌우의 역사적 의미는 구제도의 모순에 대한 개혁에 대하여 찬반을 묻는 의회의 자리배치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의 선택을 하는 성향들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자신들의 현재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지만, 상당부분 기질적 성향이나 그 밖의 일시적 이해관계에 따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듯이 보인다. 현 제도와 가치질서 하에서는 아무 것도 지킬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사람들이 보수적 가치에 자주 부화뇌동한다든지, 지켜나가야 할 것들이 많은 기득권층에 속하고 있음에도 진보적 가치에 대한 공감과 지향을 간혹 보이기도 한다. 책임있는 진보와 합리적 보수의 타협으로 현재의 정의(正義)의 수준을 규정할 가능성을 보이는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서로 다른 입장을 배려하고, 의견을 허용하는 관용을 전제로 한 세련된 견제와 균형의 도출은 요원해 보인다. 분류학상으로 사람아과에는 고릴라속, 침팬지속, 사람속이 있으며, 동족을 잡아먹는 본성인 카니발리즘도 침팬지와 드물지만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된다고 한다. 침팬지와 다른 보노보의 본성을 강조하면서 흔히들 인간의 본성을 좀 더 고차원의 것으로 구분짓고자 하지만, 바닥 깊은 곳에 잠재한 동물적 본성은 태생적인 것으로서 양육의 한계를 설정하는 어쩔 수 없는 욕망으로 존재한다.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도 결국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같은 하나의 고민일 것이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먹거리’와 ‘일할거리’, ‘즐길거리’를 만드는 노력을 하는 것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들의 축제’로 녹여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울한 위기의 오늘을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축제의 놀이마당’으로서 공정한 삶의 터전을 제공할 것인가가 정치인들의 가장 중요한 책무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종 선거와 투표에 있어 누구를 선택하고, 무엇 때문에 지지 혹은 반대하는가에 대한 결과책임 또한 온전히 유권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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